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이유, 저만 그런가요?
마음이 쉴 수 있는 집이 그리운 분들께, 감정의 방향을 함께 찾아보아요.
(질문)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이유...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이유가 뭘까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그때는 몰랐지만 저를 가스라이팅 했던 어머니를 뒤로 하고
스무 살이 되자마자 집을 나와 혼자서 살아온 지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 여관달방 가리지 않고 최대한 싸게 몸을 누일 수만 있는 곳을 전전하며
일을 두세개씩 하면서 악착같고 거지같이 돈을 모아서 썩 남들 보기 좋은 집은 아니지만
저는 마음에 쏙 드는 내 집마련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디에 살아도 늘 마음 한 구석에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집이 아니라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내 집이 생겨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친구도 있고 회사 생활도 무난합니다. 재미없을지는 몰라도 편하고 나름 행복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가고싶은 집이란 도대체 어디일까요?
어디에 가야 비로소 집에 왔다는 생각이 들까요?
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조금 울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감정은,
사실 '공간'보다는 마음이 쉴 수 있는 '느낌', 정서적인 안식처를 그리워하는 것일 수 있어요.
질문자님은 오랜 시간 혼자서 버텨오셨고
몸 하나 눕힐 곳조차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없었던 상황을 이겨내 오셨어요.
지금은 노력 끝에 '내 집'을 마련하셨지만
마음속엔 '아직도 안전하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어린 나'가 있을지도 몰라요.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안기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고,
* "괜찮아, 이제 됐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이상한 것도, 부족한 것도 전혀 아니에요.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고, 여전히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있는 중이실 뿐이에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일기를 써보시거나
상담이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에 조금 기대 보시는 것도 좋아요.
질문자님이 맘속에 생각하시는 것처럼
집은 벽과 지붕이 아니라, 내가 가장 나답게 숨 쉴 수 있는 곳이에요.
그 집을 앞으로 천천히, 스스로 만들어 가실 수 있어요.
정말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지금도 참 잘하고 계십니다~ ^^